일본, 20년 만에 '새 지폐' 발행...라멘집들에 비상 걸린 진짜 이유(+자판기)

일본에서 다음달 3일 20년만에 새 지폐가 발행됩니다. 일본 각지에 설치된 200만대가 넘는 각종 자판기들이 새 지폐를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등 혼란도 우려되고 있습니다.
2024년 6월 11일 일본의 ‘국민 음식’ 라멘(라면) 업계가 일본 중앙은행의 올여름 ‘신권 발행’을 앞두고 울상이라고 도쿄신문·TV아사히 등이 보도했습니다. 안 그래도 전쟁발(發) 밀·계란 등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문을 닫는 라멘집이 늘어나고 있는데, 신권용 결제 기기를 들이려 1000만원에 가까운 비용을 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일본은행은 7월부로 1000엔·5000엔·1만엔 등 지폐를 신권으로 교체할 예정입니다. 이에 점주들은 구권만 인식하는 기존의 ‘현금 발권기’를 신권이 호환되는 새 기기로 교체해야 합니다. 교체 비용은 100만엔(약 900만원)쯤 된다고 도쿄신문은 전했습니다. 일본 라멘 가게는 별도의 계산대를 두지 않고 신용카드도 받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로 마련된 현금 발권기에 소비자가 직접 현금을 집어넣고 라멘 교환권을 받는 주문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일본은행이 신권 교체 방침을 밝힌 2019년만 해도 짐작할 수 없었던 ‘신권 리스크’가 어려움을 겪는 라면 업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점주들은 토로합니다. 도쿄의 라멘집 점주 니시타니 히로시씨는 "비용은 코로나 이전의 1.5배로 늘었는데, (자판기 교체비) 100만엔을 벌려면 하루 100그릇을 팔아도 최소 반년은 걸린다"고 했습니다.

전국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음료 자판기도 상황이 비슷합니다. 일본에 음료 자판기는 전국에 220만 여대가 있습니다. 자판기 부품을 모두 교체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한 음료 대기업 담당자는 이 신문에 "완전히 작업이 완료되려면 앞으로 2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현금자동입출금기와 자판기 제조업체 등으로 구성된 일본자동판매시스템기계공업회는 새 지폐 발행일인 다음달 초에 부품 교체가 가능한 기기의 비율에 대해 현금자동입출금기 90% 이상, 소매점 계산대나 대중교통 매표기는 80~90%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7월부터 발행될 새 일본 지폐… 초상화 “누구?”

새로 발행되는 1만엔 지폐에는 사업가 출신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얼굴이 들어갑니다. 일본에서는 ‘자본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인물이지만 일제 강점기 일본의 은행을 조선에 진출시켜 식민지 정책을 주도한 일원이라는 비판을 받습니다. 시부사와는 제일은행이 발행한 조선 최초 지폐에 자신의 얼굴을 넣은 것으로도 유명입니다.
5천엔권에는 일본 여성 교육의 선구자인 쓰다 우메코, 1천엔권에는 일본 근대 의학의 발판을 놓은 기타사토 시바사부로의 얼굴이 들어갑니다. 보는 각도에 따라 문양이 변하는 3디(D) 홀로그램 등 첨단 위조 방지 기술과 액면 숫자 손으로 만져 식별할 수 있도록 한 ‘유니버설 디자인’ 등이 도입됐습니다.
일본에서는 새 돈이 나오는 것을 계기로 의외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고령층이 집에 쌓아둔 현금이 소비 내지 투자로 이어지면서 경기 부양 효과를 내지 않겠냐는 겁니다. 40조 원가량의 이른바 '장롱 예금'이 햇빛을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새 지폐 발행이 초읽기에 들어가자 특별한 번호가 새겨진 희귀 지폐를 확보하려는 수집가들의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현재 발행될 에정인 지폐에는 A000001A으로 시작되는 일련번호가 새겨집니다. 900만장이 발행되면 끝자리 알파벳이 ‘A’에서 ‘B’로 바뀌어 다시 900만장이 발행되는 식입니다.
일련번호 A000001A는 일본은행 금융연구소 화폐박물관에 소장되고, 이후 몇장까지는 화폐 관련 단체나 지자체, 대학 등에 기증돼 일반 수집가들은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시중에 풀리는 A000020번대 이하 지폐들은 상당한 프리미엄이 붙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과거 쇼토쿠 태자의 얼굴을 넣고 발행(1958∼1984년)된 1만엔 지폐의 일련번호 A000014A 화폐는 경매에서 330만엔(2890만원)에 낙찰됐던 적도 있습니다.















